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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그곳에

유린 본문

글/단편

유린

Athal 2015. 10. 3. 20:01

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하나였다.

내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.

그래서 모든 걸 버렸고,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.

너는 내 것이었고, 나는 네 것이었다.


너를 영원히 안는 것은 분명 나일 것이라 생각했다.

너의 눈 같은 살결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 내가 유일할거라 믿었다.

너의 붉은 입술은 날 위한 것이었고, 너의 홍조를 띈 얼굴은 항상 나만의 세계였다.

나는 네 것이고, 너는 내 세계였다.





내 세계가 부서졌다. 

힘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. 나는 널, 내 세계를 지키려 했지만 힘 앞에 나는 나약한 목공이었다.

부르짖는 날 왕의 군사가 막았고, 넌 왕 곁에서 씁쓸한 미소로 날 지켰다.

날 구하기 위한 그 미소가, 내 세계를 완전히 부수었고, 당신이 날 구한 곳으로 돌려 보냈다.


날 지키기 위한 미소가 왕에게 유린당했다.

나의 사랑이 나의 세계가 유린당했다.

모든 것이 유린당했다. 



그래서 난 시체 먹는 귀신으로 돌아갔다.

내가 태어나고 버려진 전쟁터로 돌아갔다.

세계가 부서진 분노로, 모든 것이 유린당한 절망으로 도륙했다.

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도륙했다.


내가 그대 곁에 돌아가기 위해서 기적이 필요했다

모든 것을 도륙할 수 있는 힘이나

내 세계를 지킬 수 있는 작은 힘이


신에게 작은 기적을 기도 했다.

마지막 숨을 뱉기 전 그대의 얼굴을 보기를


시체를 먹으며 적장의 목을 땄다.

기적이었다. 

그 누구도 세계를 유린당한 목공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았다.


너무나 자연스레 내 세계의 유린자를 보러 갈 수 있었다.

그 얼굴을 보는 순간 눈앞이 핏빛으로 물들었다


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도륙하며 나는 죽어 갔다

내 세계를 부순 유린자의 가증한 얼굴이 보였다. 


그를 도륙하고, 그 시체를 난도질했다. 

그의 신하, 군사 할 것 없이 그 자리에 모두를 도륙해 가며

왕좌로 나아온 그대를 향해 갔다.



노을빛에 비친 그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

눈처럼 흰 피부와 피처럼 붉은 입술


그대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이미 칼이 부러진 채 죽어가는 귀신이었다

하지만 난 행복했다

마지막 숨으로 그대의 이름을 내뱉고 그대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

그대와 같이 마지막 숨을 뱉을 수 있어서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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